홍길동전,MZ허균의율도국탈출기

2024.7.26.(금)~8.9.(금) / 15일간

경연참가공연

update 2024.05.03. ※ 일정(날짜,시간)은 참가 단체의 사정에 따라 예고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 홍길동전,MZ허균의율도국탈출기
  • 세부장르 연극
  • 공연일자 2024-07-30(화)
  • 공연시간 16:00(110분 소요)
  • 관람등급 전체관람
  • 공연단체 창작집단 양상박
  • 공연장소 가온극장(거창연극고)
작품 스틸컷
출연진
배우_서혜주, 이혜주, 권혜빈, 장명훈, 전성욱, 오민주, 한재욱, 장주연, 최성호
제작진
작·연출_장진웅 / 연출부_이준수 / 무대디자이너_김주영 / 조명디자이너_김은빈
작품연혁
1. 2023.09.29. - 10.08
· <홍길동전, MZ 허균의 율도국 탈출기>, 여행자극장
· 2023년 ARKO 창작산살 창작의과정

2. 2023.10.15.
· <홍길동전, MZ 허균의 율도국 탈출기>, 성북구청 바람마당
· 제10회 성북연극페스티벌 폐막작 및 희곡상 수상
연출의도
Ⅰ. 이야기의 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인간을 다른 종과 구별되고, 특별하게 만든 힘은 이야기가 가진 잠재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척박하고 고단한 환경 속에서도, 이야기의 힘으로 묶인 인간들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왔다.
오늘날의 세계를, 혹은 앞으로의 시대를 말할 때 누군가는 인류의 종말까지도 언급하며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의견에 모두가 완벽하게 동조하는 것은 아닐 지라도, 미래의 시간을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들은 힘을 잃고, 자포자기와 각자도생의 언어들이 유행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다양한 매체들이 범람하며, 유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이야기가 범람하는 요즘이다. 이야기라는 것이 인간에게 유익하게 작동하는 것이라면, 우리 앞의 세계는 왜 이렇게 비관적일까? 이야기의 공급은 넘쳐나지만 유의미하게 작동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적어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Ⅱ. OTT 소비 행태에서 발견한 커뮤니케이션의 실종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세대와 세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는 언제나 있었던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유효하지만, 때로는 너무 막연한 소재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굳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내려면, 지나간 이야기들이 다루고 있었던 세계보다 더욱 더 선명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보다 더욱 더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패턴은 오늘날의 OTT 플랫폼 활용 양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술은 사용자의 편향을 부추기며, 선택의 안과 밖의 경계를 더욱 더 공고히 고착화시키며 인간의 의식을 오도한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반응 매커니즘에 영향을 끼치는 동안, OTT 플랫폼에 익숙해진 인간들은 빠른 속도로 집중력을 도둑 맞아버렸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우리가 수행하는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의 패턴은 악화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Ⅲ. 주제의식, 문제의식을 극적 구조 속에서 물성화하는 것이 연극

이 연극은 ‘지안’과 ‘현진’의 장면과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인들의 커뮤니케이션의 패턴을 그려낸다. 동시에, 극중 인물들이 OTT 플랫폼을 활용하는 다양한 패턴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대인들의 커뮤니케이션과 OTT 플랫폼 활용 양태, 굉장히 닮아 있어 서로를 부추기는 것처럼까지 보이는 두 가지 패턴의 커뮤니케이션의 모습들을 직조하며 물성화한다.
연극은 물성을 창조함으로써 이야기를 건네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제의식은 일차적으로 텍스트의 구조 속에서 조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OTT 플랫폼 활용의 문제를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위와 같은 패턴을 극 구조 속에서 핵심적으로 드러나게 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식으로 직조된 서사의 형식은 배우들의 연기 양식을 선택하는 것과 맞물려가며 구체화된다보는데, 이 연극의 첫 번째 포인트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 있다.

Ⅳ. 그렇다면, 본격적인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

자신들도 모르는 동안 동시대인들의 커뮤니케이션과 OTT 플랫폼 활용 양태에 대해 제시(Ⅱ-Ⅲ) 하고 있는 이들은, 개인의 삶의 현장에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극의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에서 발생한다.
이들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의식을 담아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 극에서 계속해서 환기되는 OTT 플랫폼의 일종인 ‘극플러스’의 창작자로서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성장하기도, 분열하기도 하면서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회복’이라는 화두를 동시대의 과제로써 선명하게 가져온다.
그렇게 이 작품은 현실의 세계, 현실의 세계의 사람들이 들여다 본 허균의 세계, 당시 시대와 반응하며 허균이 빚어내고 있는 홍길동의 세계. 이렇게 세 가지 세계관이 중첩되며,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동시대인들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Ⅴ. 필연적으로, 총체성을 띄게 되는 작품

극에서 다양한 세계관을 교차시킬 때, 각 장면들의 리듬과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것들을 때로는 어떻게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세계관의 병치를 설명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하면 혹은 텍스트에만 의존한 방만한 선택을 하게 된다면,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분할적인 장면의 나열로만 인식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여러 층위의 다양한 장면들이 선명한 연극적 색채들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극적 형식들과 기법들을 총체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작집단 양산박은 ‘총체극적 서사극’이라는 단체가 지향하는 연극적 지향을 명확히 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극작 및 연출, 연기 훈련 및 스탭 효과 창출의 일관성을 지향해왔다. 그리고 이토록 연극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며 이야기해봄직한 작품을 대외적으로 선보임으로써, 오늘날의 연극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려고 하는 것이다.
시놉시스
Ⅰ. Overview / Synopsis
이 작품에선 크게 세 가지의 층위(Layer)가 존재, 중첩되면서 진행된다. 때때로 이야기가 층위를 넘나들고 때때로 의미 역시 섞여가기에, 관객들의 적극적, 주관적 감상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관점을 개발하길 기대한다.

Ⅰ)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졸업한 지 5년쯤 된 작가 ‘지안’과 배우 ‘현진’. 오늘날의 모든 청춘들이 그렇듯, 쉽사리 그들의 자리를 허락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분투하고 있는 MZ 창작자들. 이제는 뭔가 본격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과거의 영광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대는데…

Ⅱ) “할 말이 있다”
한편, OTT 플랫폼 극플러스에서 6부작 ‘홍길동전’이 새로 릴리즈됐다. 누가 쓴 글인지, 홍길동전이라면서 홍길동 이야기보다는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일대기만 한 가득. 심지어 2부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이렇게 가서는 허균이 홍길동전을 통해서 율도국을 찾아가는 마음이 모호해진다며 3부 대본을 수정해서 보냈다고 한다. “할 말이 있다”는 허균의 죽기 전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찍히는 듯 한데, 이쯤되면 극플러스 ‘홍길동전’ 작가님의 할 말이 가득한 거 아니냐고요.

Ⅲ) T.H.E.S
알쏭달쏭한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존재, ‘T.H.E.S'. 누군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뭐라고 읽어도 상관없어. 이름이란 것도 결국 타자의 시선이지, 존재를 담아내는 건 아닐 테니까.” 누군가는 테스라고, 누군가는 더스라고도 읽는다. The 혹은 The+s 어떻게 읽혀도 좋다. Thes+is로 읽어도 좋고, 복수형으로 Theses로 바꿔 읽어도 좋다. 누군가는 그마저도 변형해 Thespis로 읽어도 좋다.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결국 아무 것도 아닌 실존적 원형, 그 자체. 그 지평선 너머의 심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역설적으로 어떤 상(像)이 맺히는 것 같기도 하다.

<홍길동전, MZ 허균의 율도국 탈출기>는 오늘날의 창작자들이 OTT 플랫폼 ‘극플러스’ 상영작 「홍길동전」을 만들어가며, 「홍길동전」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소통과 예술 창작에 대해 자신들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작가 ‘지안’과 오늘날의 사회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예술가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 ‘현진’. 어느 순간,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이 혹은 MZ 세대가 느끼고 있었던 묘한 갈증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실종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보면 안 될까라는 고민과 동시에, 이런 식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작품 구조와 혹은 기존의 창작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예술가라는 존재는 혹은 청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용기 있게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고민 역시도 당장 답은 찾을 수 없겠지만, 막연한 환상을 품는 대신 용기 있는 모험을 통해 함께 발견해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